반려인 일기

[임보일기] 어떨결에... 아기냥이 구조.. 비겁하게 손을 놓으려다 다시 손을 내밀었다.

Adiery 2024. 8. 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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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이었다.
아니 좀 많이 무더운 날이었다.

걸어서 출근하고 있었다.
2차선 도로를 건너자, 간절한 울음소리를 들었다.

도로 가운데 아기냥이가 울고 있었다.
차가 오는데 도로를 지나려는 아기냥이...
차가 오는 속도...아기냥이 기어가는 속도..
수포자였던 나지만 어떤 결과값이 나올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생각은 없었다.

그냥 뛰어가서 손을 흔들며 차를 세웠고,
아기냥이를 집어서 도로와 좀 떨어진 풀숲에 두었다.


그리고 좀떨어져서 어미냥이를 기다려봤다.
근데 근처에 전혀....

아기냥이는 탈진했고 개구호흡을 했다.
이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아서...

한참을 기다린 후, 함께 출근했다.
일단 사무실에서 수분을 섭취하고
에어컨 바람속에 쉬게 한후 보내려고 했다.

천사같은 사무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상자도 만들고 물도 먹이고...

근데 아기냥이 상태가 좋지않아서 보호소에 전화를 했더니 더위먹은 거라며 다리라도 부러져야 구조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 탈진했더라도 왜 데리고 왔냐고 혼을 냈다.  빨리 있던 자리로 가져다 놓으라고 했다.
그땐 내가 잘못했구나... 그리생각했다.

그.런.데...
클라이언트 분들 중에 캣맘이 계셨는데..
아기고양이 분유를 가져오셔서 급여해주셨다.
그분이 아기냥이 다리가 다친것 같다고 확실하지않지만 부러진것 같다고 ㅠㅠ

그래서 일단은 있던 자리로 되돌리지않았다.
밖같 온도는 체감 35도이고 탈진한 아기냥이 다리도 다친것 같은데.. ㅠ

공과사를 구분 못한 날 이해해주시고 길위 작은 생명이지만 소중하다며..
센터장님은 퇴근시간까지 센터장님 사무실에서 아기냥이를 보호해주셨다.

다른 모든 동료분들께서도 이래저래 도와주셨고
실장님께서는 퇴근시간에 남편을 부르셔서 동물병원에 동행해주셨다.

난 사실 난...
마음이 두개였다.
그냥 모르는 척 냥이를 있던곳으로 두는것과 책임지는거...

결정하지 못한 마음으로
아기냥이를 1차 동물병원, 2차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1차 동물병원은 죽을 것 같다며 여기서는 치료가 안될것 같다고 했다.
2차 동물병원으로 갔다. 탈진이 심하지만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근데 검사비만 어마어마했다...

다른 동물병원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우선 엑스레이부터 찍자고 했고, 2차병원에서의 수많은 검사들 중 꼭 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권했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다리가 골절되었다.

수의사는 우선 치료비와 이후의 수술비를 알려줬다. 몇백만원... 이건 수술비용만..상황에 따라 플러스되는 비용이 더많이 생길수 있다고 했다.

순간 더오르는 울 둥이...
둥이 현재 약값과 간수치가 떨어지면 받아야 하는 수술의 비용이 어마무시한데...

포기하는 마음을 먹었다.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부끄러운 마음이었다.
내가 손 내밀었는데...

수의사의 나무라는 말이 비수같이 꽂혔다.
그럼 왜 구조했어요. 다른 사람들이라도 구조하게 두죠!!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들 그냥 지나쳐서..
그래서 도로에 뛰어들었어요.
근데 전 책임져야할 둥이가 있어요.
마음이 울부짖었지만...
핑계였기에 부끄러워 입밖으로 내지못했다.

그런데 동행해주신 실장님께선...
그 어린 생명을 놓지않으셨고..
일단 오늘을 살려달라 하셨다.
그 다음은 그다음에 함께 해결해보자고 하셨다.

난 울음을 떠져나왔다.

실장님의 단호한 말씀이 끝나자마자
수의사는 속도감있게 치료를 시작했다.

피를 뽑고 수액을 꽂았다.
몇십만원의 병원비...
실장님께서 결재하셨다..


난 울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찬물 한잔을 마시고나니..
마음의 가닥이 잡혔다.

둥이를 보며 한참 울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아기냥 구조와 부끄럽고 비겁했던 일들 쏟아냈다.

그리고 아기냥이를
내가 책임지고 싶다고 했고
가족들의 양해를 구했다.

가족들은 위로해줬고
함께 해보자했다.

힘이 생겼다.

길위의 한 생명의 무게가 너무 너무 무거워 도망가고 싶지만...

이젠 마음이 하나다.
결정을 했다.

지금부터는 부정적인 생각과 미안하고 부끄러웠던 마음을 내려놓고.,

오늘 아기냥이가 고비를 넘겨서
살아나길을 기도한다.

한번은 무모했고
또 한번은 비겁했지만

그 다음은..  마지막은
아기냥이가 살아서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는 여정을 함께 할 수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길..
그 값진 경험을 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아기냥아 내일 살아서 만나자!
내일 내눈빛 속엔 흔들림은 없을거야!
그럴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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